Perth - 3 집에 머무는 날이 많았던 초기에는 퍼스의 낮이 너무도 조용하게 대지를 달구어 놓는 것이 그리 밉지는 않았다. 분명 사람이 사는 동네인데 인기척을 느낄 수가 없다. 이 얼마만에 느껴보는 조용함인가. 초등학교 시절 낮에 잠시 큰일을 보러 집에 들릴 때 홀로 길을 걸으며 느꼈던 그 조용함. 학교를 오가는데 학생이 아무도 없다는 그 익숙한 배경 속 낯선 광경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내 왼편을 고요히 따르던 양지바른 담벼락과 함께 남아있다. 4월 퍼스의 밤은 언제나 여름의 바람과 빛깔과 내음과 울림으로 나를 편하게 만든다. 집 앞 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굉음이 가볍게 날아들고 낮에 한껏 열을 받아 달궈진 땅에선 아직도 미열이 느껴진다. 인간이 대륙과 부벼대며 만들어내는 치찰음이 잦아들고, 하루 내 저 뜨겁던 태양이라.. 더보기 이전 1 ··· 7 8 9 10 11 12 13 ··· 33 다음 목록 더보기